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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황산벌(2003)]구관이 명관 특집1.사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

[황산벌(2003)]구관이 명관 특집1.사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

 

 

 

 

 

 

지금 들어보면 약간은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음악의 부흥기 혹은 부흥기를 이끌었던 시기는 1990년대이다. 그렇

 

다면 영화의 부흥기는 언제일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기를 이야기 하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아직까지 음악의 90년대

 

같은 부흥기는 오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그에 가장 근접한 시기는 2000년대라고 생각한다. 90년대 음악처럼 지금보면

 

촌스럽지만 훌륭한 영화들이 그리고 참신한 내용과 전개의 영화들이 2000년대에 많이 개봉되었다. 구관이 명관이랬던가?

 

음악을 좋아한다면 올드 팝을 그리고 락을 들어보라고 했던가? 그래서 나도 90년대 영화를 한번 주욱 본 적이 있다. 생각

 

보다 대단했고 볼 때마다 놀랐다. 굉장히 참신하고 재미있고, 요즘처럼 화려한 CG나 액션이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인간

 

적이고 조금 더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비유와 해학도 요즘 영화에 비해 풍성하다. 아마도 표현

 

의 자유가 보장되는 현재와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구관은 황산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이 몇

 

분 계신다. 우선 장진 감독님. 그만의 해학과 블랙 코미디코드가 참 마음에 든다. 또 박찬욱 감독님. 감독님만의 느낌과 그

 

스케일을 표현하는 능력은 우리나라 어느 감독님 보다 뛰어나다 생각한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님. 사극에서 이 분을 따라

 

갈 사람이 드물다. 사극을 기가막히게 표현을 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황산벌 역시 이준익 감독님의 작품이고 말이다. 이미

 

유명한 영화이지만 간단한 줄거리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2003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 힘든 시기였다. 요즘처럼 영화관이 많지도 않았고 시내에 나와서 영화를 볼 형편도 되지

 

않았고 학생이었고 그 이외의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그 당시에 본 영화는 효자동 이발사, 황산벌 등의 영화이다. 꽤

 

괜찮은 영화이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지금이니까 가능하다. 10대의 어린 생각으로는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

 

다. 10대가 보기에는 효자동 이발사은 너무 어려웠고 황산벌은 새로웠다. 뿐만 아니라 유머 코드도 달랐다. 유치하기만한

 

중2병에 걸린 아이에게는 재미없을 수 밖에. 그 나이 또래의 학생이면 원초적인 개그를 좋아할 나이이니까 말이다. 그렇

 

기에 영화가 숨겨놓은 이야기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황산벌을 다시 봤을 때 이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십수번을 다시 봤다.

 

 

사극의 장점은 결과를 알고 보는 것이다. 감독이 그 전개를 어떻게 할지 기대하는 맛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의 나

 

 사적 배경에 대해 잘 몰랐기에 그것을 풀어내는 재미를 못 느낀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그런 분들이 없겠

 

지만 짧게 줄거리를 요약하면 시대 배경은 제목 그대로 황산벌. 신라는 당과 연합하여 나당연합군을 만든 뒤 백제를 침공.

 

최후의 방어선 황산벌에서 계백이 배수진을 친다. 실제로 뒤에 물이 흐른 것은 아니다. 어쨌든 나당연합군에게 패배하였

 

고 백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영화는 끝났다. 싱겁다고? 같은 이준익 감독님의 <사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

 

다. 영조가 왕으로 있다. 아들의 망나니 행동에 화가 난 영조대왕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였다. 끝이지 않는가?

 

<명량>도 마찬가지이다.

 

 

 

 

 

 

 

 

좌측에서부터 고구려의 대막리지 연개소문(이원종씨-까메오), 백제의 마지막왕 의자왕(오지명씨-까메오), 통일신라를 세

 

운 김춘추(이호성씨). 황산벌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여기서 이준익 감독님의 대단함이 나타나는데, 지금도 우리에

 

게 익숙한 사극 모습은 중후한 목소리에 사극 특유의 말투이다. 하지만 진짜 그런 말투를 사용했을까? 그러한 우리의 궁

 

금증을 이준익 감독님이 충족해주셨다. 파격적으로 사극에 사투리를 도입했던것이다. 각 지방 특유의 사투리가 사극에

 

어가자 사극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없어졌다.

 

 

 

 

 

 

 

 

가장 왼쪽에서부터 신라 김춘추의 장남 김법민(안내상씨) 김유신 장군(정진영씨) 김흠순 장군(신정근씨). 출현 배우들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대단한 캐스팅이다. 요즘에는 이 분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마어마한 연기력을 가지신 분

 

들이다. 특히 신정근씨와 안내상씨는 이미 영화와 드라마판에서 연기를 잘 하기로 소문이 났다. 그리고 계백 역에는 박중

 

훈씨가 맡아주었으니 어디 하나 빈틈이 없다.

 

 

 

 

 

 

 

 

황산벌에는 3명의 주연이 있다. 백제 병사 거시기 역의 이문식씨, 계백 장군의 박중훈 씨, 신라 대장군 김유신 역의 정진

 

영씨. 보통의 영화와는 다르다. 황산벌처럼 특정 전쟁을 다루는 영화라면 <명량>처럼 전쟁씬 혹은 그 사이에 벌어지는 

 

장수들의 고뇌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마련. 하지만 황산벌은 그렇지가 않다. 포커스는 백제 병사 거시기와 그 이외의 병사

 

들에게 맞춰져있다. 물론 계백과 김유신의 신경전과 전략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의 역사적 사실이 그대로 진행된다. 하지

 

만 전쟁을 맞이해야하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징용당한 병사들의 모습을 표현해주고 있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농

 

번기 일손도 부족한 시기에 전쟁에 끌려와 목숨을 잃고 남은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 말이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준익 감독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서야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다. 장군은 병사들의 사기를 도모하고 군법을 중히 여길 의무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가끔은 참수라는 형으로 군 기강을 잡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인 근거가 있든 없든 전쟁 앞에 무

 

력해진 한 인간의 억울함을 알아주고 다시 집으로 보내주는 계백 장군의 모습이 굉장히 따스하게 다가왔다. 무뚝뚝 하지

 

그 안에 있는 인간적인 모습.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결국에는 사람이란 것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을 나타내려고 한 것일까? 내가 느낀 영화는 이랬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코믹 사극이다. 이 영화를 모르는 분들에게 꼭 보

 

시길 권한다. 그리고 구관이 명관 특집은 조금 길게 해보려고 한다.